[제15회 일본경제포럼]日중소기업, 규모보다 지속성·내실에 중점…'성공의 기준'이 달랐다

입력 2017-06-30 06:33   수정 2017-06-30 08:57


4대째 이어가는 기업의 직원 숫자는 겨우 30~40명. 그러면서도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일본 강소기업들의 ‘성공의 기준’은 달랐다. 그들이 추구하는 변화와 혁신의 요체는 지속성과 내실에 있었다.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제15회 한경 일본경제포럼은 일본 강소기업의 성공 사례와 그 원동력으로 꼽히는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에 포커스를 맞췄다. 한경닷컴과 한일경제협회,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이 공동 주최한 포럼에는 기업인, 대학생, 유관기관 관계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 기업이라면 규모를 키우든지, 아니면 망하든지 했을 텐데요.” 한·일 양국 기업문화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 좌중의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일본 강소기업은 덩치를 키우기보다 기업을 이어가고 다지는 데 가치를 두는 경향이 보인다”고 오태헌 경희사이버대 교수가 풀이했다.

한경닷컴 고광철 대표는 축사를 통해 “강한 중소기업이 많아져야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중소·중견기업 저변이 넓은 일본은 좋은 벤치마킹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한 일본경제연구소장도 “경쟁력 있는 일본 중소기업 사례와 철학을 짚어보는 자리로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첫 강연자로 나선 서석숭 한일경제협회 부회장은 “강소기업은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정부는 여건과 터전을 마련해줄 뿐, 기업 스스로 개척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강소기업으로 커야 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기업 행위의 본질은 기대수익을 최대화하고 위험요인을 줄이는 것이며 강소기업 역시 이러한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국내의 강소기업 성장책으로 거론되는 재정·세제 혜택 등은 부차적 문제라는 관점이다.

서 부회장은 “목표를 세워 끊임없는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유일하고 독자적인 강점을 갖춰야 비로소 강소기업이 될 수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강소기업은 키워지지 않고 스스로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강소기업은 규모의 여력이 제한적이므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의미 있고 창의적인 일을 끈기 있게 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의 지난해 대일 수출(4.9%)과 투자(1.7%) 비중이 작았다고 진단한 뒤 “좋은 싫든 이웃 관계인 양국이 때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때로는 협력·공존해나간다는 인식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본 강소기업 3곳의 분석 사례를 소개한 오태헌 교수는 직원 30~40명 내외 작은 기업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에 주목했다. ‘맑은 날에도 갖고 싶은 우산’을 표방한 일본의 우산 제조기업 슈즈 셀렉션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발상의 전환이 먹혀들었다고 했다.

오 교수는 “슈즈 셀렉션은 비오는 날 필요한 우산 개념에서 벗어나 우산의 색상과 문양을 화려하게 바꾸고 크기도 다양화해 소비자 선택폭을 넓혔다”고 귀띔했다. 두께 2.5cm에 불과한 직사각형 모양 ‘포켓 플랫’ 우산은 연간 30만 개 이상 팔리는 히트 상품이 됐다. 묶음 판매 방식을 택하고 약국, 서점 등 기존에 우산을 판매하지 않은 곳도 뚫은 덕분이었다.

그는 “위기를 맞은 우산공방 사장의 선택은 ‘진화’였다”면서 “전통을 지키고 이어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변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변화하는 기업이 강한 기업이며 전통도 진화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기피 업종에서 대학생이 가고 싶어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한 주물회사, 학용품이라는 통념을 깨고 ‘어른을 위한 연필’로 타깃팅해 누적 판매량 100만 개를 기록한 연필회사도 강소기업 사례로 들었다. 오 교수는 “기업 비전과 경영이념에서 확실한 지향점을 갖는 것도 생존의 중요 요소”라고 짚었다.

흔히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 정도로 풀이하는 모노즈쿠리를 심층 분석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이준석 한일산업·기술협력재단 전문위원은 △모노즈쿠리 사상의 정립 ‘배경’ 이해 △모노즈쿠리를 기업 경쟁력으로 삼기 위한 ‘정책’에 대한 분석 △‘지속성’ 있는 추진 노하우 등을 주문했다.

“일본의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 같은 개념이 한국에 없는 게 아닙니다. 한국도 잘하는 기업들이 있어요. 단 모노즈쿠리처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사상적으로 체계화해 기업들이 손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노력은 우리가 부족하죠.”

이 위원은 모노즈쿠리의 진정한 강점을 시스템에서 찾았다. 그는 “지금의 모노즈쿠리는 제조업 차원에서 정립된 철학”이라며 “모노즈쿠리가 일본 제조업의 기반기술에 녹아들 수 있었던 요인으로 사상적 정립과 정책적 활성화, 지속적 경신·성장의 3요소를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기능, 품질, 스펙 위주였던 모노즈쿠리가 가치 위주의 ‘고토즈쿠리’로 바뀌는 추세에도 주목했다. 이 위원은 기능적 차별화보다 감성, 디자인 같은 부가가치 차별화에 성공한 아이폰을 롤모델로 제시했다. “피드백 및 업그레이드 과정에서의 일관성·지속성이 특히 중요하다”고도 했다.

강소기업 성장에 있어 온라인·모바일 마케팅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상엽 코알라 E&M 대표(대강소기업협회 사무국장)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도에 따라 매출이 몇 배씩 차이 나는 만큼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제품을 노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마케팅 채널 변화 추세 속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것은 충성고객 확보라고 거듭 강조했다. 충성고객을 만드는 마케팅의 요체는 진심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 대표는 “기술 환경이나 매체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생각처럼 어렵지 않다. 그보다 더 중요한 SNS 마케팅의 관건은 내 고객으로 만드는 ‘진심’이다. 클릭 횟수 같은 눈에 보이는 지표보다는 진심이 충성고객을 만들고 실제 수익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마케팅 콘텐츠 전파 노하우도 소개했다. 그는 매번 기업 얘기만 전하는 마케팅은 고객이 지친다면서 ‘주 4회 강·약·중간·약’의 콘텐츠 게시법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생방송 콘텐츠를 만드는 1인 콘텐츠 제작 시대가 온다”면서 기업 마케팅에도 SNS 동영상 콘텐츠가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제15회 일본경제포럼]
☞ 서석숭 부회장 "강소기업은 키워지지 않는다"
☞ 오태헌 교수 "맑은 날에 우산을? 日기업 불황극복 비결은 진화"
☞ 이준석 위원 "日모노즈쿠리 성공비결, 정리·공유·체계화"
☞ 이상엽 대표 "모바일마케팅 시대에도 핵심은 '진심'


김봉구/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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